본문 바로가기

본문 바로가기
카테고리 없음

경칩, 옷과 삶을 털어내는 시간

by 고다요. 2026. 3. 4.

 

의(衣) — 봄은 묵은 것을 털어내는 계절

 

내일은 경칩이다.
겨울잠 자던 것들이 놀라 깨어난다는 절기.

하지만 깨어나는 것은
땅속의 벌레들만은 아니다.

사람의 생활도 이 무렵부터
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.

겨울 동안 우리는
두꺼운 옷을 입고 지낸다.

두툼한 외투,
이불과 카펫,
집 안 곳곳에 남아 있는 겨울의 흔적들.

경칩이 지나면 사람들은
그 묵은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턴다.

세탁을 하고
햇빛에 널어
겨울 동안 묻어 있던 냄새를 날려 보낸다.

봄 햇빛에는 이상하게도
묵은 시간을 털어내는 힘이 있다.

그래서 옛사람들에게
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

삶을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이었다.

옷을 털어내고
이불을 말리고
묵은 먼지를 털어내며

사람의 마음도 함께 가벼워진다.

그래서 경칩 무렵의 봄은
새로운 시작이라기보다

묵은 것을 털어내는 시작이다.


內轉無聲경칩, 존재가 방향을 바꾸는 순간